Blackcurrant fruits-vegetables-and-nuts 여름 새콤한달콤한
까만 열매를 맺는 까막까치밥나무에서 새콤달콤한 과즙이 흘러나옵니다. 베리류 특유의 신맛과 자연스러운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며, 마치 여름 정원에서 열매를 따 먹는 즐거움을 담았습니다. 부드러운 과일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친근하면서도 우아한 향기입니다.
블랙커런트의 원료 이야기
블랙커런트(Ribes nigrum)는 유럽 중부와 북부·중앙아시아 원산의 관목 열매로, 프랑스어로는 '카시스(cassis)'라 불립니다. 향수 원료로 사용되는 부분은 열매가 아닌 꽃봉오리(bud)에서 추출한 앱솔루트로, 주로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에서 5월 개화 직전에 수확합니다. 1kg의 블랙커런트 버드 앱솔루트를 얻으려면 약 1톤의 꽃봉오리가 필요할 정도로 귀한 원료입니다. 핵심 향 분자는 '4-메틸-4-술파닐펜탄-2-온(4MSP)'이라는 유황 화합물로, 소량은 매력적인 프루티 그린 향을 내지만 고농도에서는 고양이 소변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동물성 냄새를 내는 독특한 원료입니다. 이 때문에 조향사들 사이에서는 '다루기 가장 어려운 원료 중 하나'로 꼽히며, 정확한 배합이 필수입니다. 블랙커런트 버드는 1965년 자크 폴주의 디올 '오 소바주(Eau Sauvage)'에서 처음 전면에 사용되면서 현대 향수의 클래식 원료가 되었습니다.
향의 특성
첫 향은 톡 쏘는 베리 같은 시큼함과 푸른 잎사귀 그린 뉘앙스로 시작되며, 라즈베리와 블랙베리의 중간쯤 되는 농밀한 과일 향과 약간의 유황성 동물적 뉘앙스가 공존합니다. 이어서 약간의 꽃 같은 달콤함과 오이 껍질 같은 차가운 그린 뉘앙스가 드러나고, 시간이 지나면 따뜻한 허브 잔향과 함께 사라집니다. 향의 강도는 중간이지만 매우 독특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발향력이 뛰어나 극소량만으로도 향수의 성격을 결정짓는 역할을 합니다. 탑과 하트 노트 사이에 주로 사용되며, 단독으로는 다소 '야성적'이지만 시트러스·플로럴·우드와 결합하면 놀랍도록 세련된 현대적 입체감을 만듭니다.
어울리는 노트
베르가못
로즈
재스민
패출리
시더우드
바이올렛 리프
그레이프프루트
페퍼
아이리스
머스크
예술 속의 블랙커런트
역사
블랙커런트는 중세 유럽에서 주로 약용 식물로 재배되었으며, 16세기 프랑스 농학자 올리비에 드 세르(Olivier de Serres)가 1600년 발간한 《농업 극장(Le Théâtre d'Agriculture)》에 블랙커런트를 '건강의 과일'로 기록한 것이 문헌상 가장 오래된 원예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술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는 《에라니의 과수원(The Orchard at Éragny, 1896)》에서 블랙커런트 관목이 있는 농촌 풍경을 묘사했으며, 이 작품은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문학
프랑스 작가 콜레트(Colette)는 자전적 에세이 《시도(Sido, 1930)》에서 어머니가 만든 카시스 리큐어와 블랙커런트 젤리의 향을 '어린 시절 부르고뉴 정원의 기억'으로 묘사했으며, 이는 프랑스 미식 문학의 대표적 감각 묘사로 꼽힙니다.
음악
프랑스 샹송 가수 조르주 브라센스(Georges Brassens)의 1964년 곡 《Les Copains d'abord》에는 부르고뉴의 카시스 와인이 친구와의 우정을 상징하는 구절로 등장합니다.
영화
장 자크 베넥스 감독의 《디바(Diva, 1981)》에서 주인공이 카시스 리큐어를 마시는 장면은 1980년대 프랑스 '시네마 뒤 룩(cinéma du look)' 미학의 대표적 이미지로 꼽히며, 파리의 세련된 보헤미안 분위기를 상징합니다.
알아두면 좋은 사실
블랙커런트 버드 앱솔루트에는 미량의 유황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어, 고농도에서는 실제로 '고양이 오줌' 같은 강렬한 동물적 냄새가 납니다. 조향사들은 이를 극소량만 사용해 자연스러운 '야성미'를 연출합니다.
1965년 자크 폴주(Jacques Polge)의 디올 '오 소바주(Eau Sauvage)'가 최초로 블랙커런트 버드를 전면에 내세운 향수로, 시트러스와 블랙커런트의 조합은 이후 수많은 '시프레' 향수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부르고뉴 디종의 카시스 리큐어 '크렘 드 카시스(Crème de Cassis)'는 1841년 오귀스트 드누아예(Auguste Denoyer)가 처음 제조한 것이 원조이며, 오늘날 프랑스 AOC(원산지 통제 명칭)로 보호받습니다.
영국 왕실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비타민 C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들에게 블랙커런트 시럽을 무료로 배급한 역사가 있으며, 이는 오늘날 영국 사람들의 블랙커런트 사랑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블랙커런트 열매에는 오렌지의 4배에 달하는 비타민 C가 함유되어 있어 '북유럽의 시트러스'로 불립니다.
효능과 아로마테라피
블랙커런트 버드 앱솔루트는 아로마테라피에서 본격적인 치료용 오일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열매와 잎 추출물은 전통 유럽 민간요법에서 다양한 효능으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열매는 오렌지의 4배에 달하는 비타민 C와 풍부한 안토시아닌 함량으로 면역력 강화·항산화·눈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며, 2005년 Journal of Nutri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 블랙커런트 안토시아닌이 야간 시력 개선과 눈의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잎 추출물은 전통적으로 관절염과 통풍 완화에 사용되었으며, 이뇨 작용이 있어 독소 배출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는 블랙커런트 버드 향이 '새로운 시작과 활력'을 상징해, 아침 디퓨저나 봄 향수의 원료로 인기가 있습니다. 다만 고농도 유황 화합물의 특성상 순수 오일을 피부에 직접 사용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블랙커런트 자주 묻는 질문
블랙커런트 향은 어떤 느낌인가요?
톡 쏘는 베리의 시큼함과 푸른 잎사귀 같은 그린 뉘앙스가 공존하는 독특한 프루티 향입니다. 라즈베리와 블랙베리의 중간쯤 되는 농밀함에 약간의 야성적 동물성 뉘앙스가 섞여, 단순히 '달콤한 과일 향'이 아닌 세련되고 입체적인 인상을 줍니다.
블랙커런트와 카시스는 같은 건가요?
네, 같은 식물(Ribes nigrum)입니다. '카시스'는 프랑스어 이름이고 '블랙커런트'는 영어 이름으로, 향수 업계에서는 두 용어를 혼용해 사용합니다. 부르고뉴의 '크렘 드 카시스' 리큐어와 영국의 블랙커런트 잼은 같은 열매로 만들어집니다.
왜 블랙커런트 향수에서 '고양이 오줌' 냄새가 난다고 하나요?
블랙커런트 버드에는 '4MSP'라는 유황 화합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분자는 고양이 소변에도 들어 있는 성분입니다. 소량은 매력적인 그린 프루티 향이지만 고농도에서는 강렬한 동물성 냄새가 나므로 조향사의 정밀한 배합이 핵심입니다.
블랙커런트 향수는 어떤 계절과 상황에 어울리나요?
봄과 초여름의 낮 시간에 가장 잘 어울립니다. 프레시한 베리 느낌 덕분에 출근·데일리용으로 적합하며, 시트러스·그린 노트와 결합해 남녀 모두에게 세련된 유니섹스 향수로 자주 연출됩니다.
블랙커런트 노트가 들어간 대표 향수는 무엇인가요?
디올 '오 소바주(Eau Sauvage)', 샤넬 '샹스(Chance)', 조말론 '블랙베리 앤 베이(Blackberry & Bay)', 세르주 루텐스 '보 누아(Bois de Violette)', 그리고 바이레도 '블랑쉬(Blanche)'가 블랙커런트를 특징적으로 사용한 대표 향수입니다.
블랙커런트를 사용하는 향수